한민일보 서울포커스 박용남 기자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앞서서 나간 오월영령들을 기리며, 오늘의 산 자들이 광주에서 ‘오월 민주주의 대축제’를 열었다. ‘광주야! 고맙다’며 오월광주를 찾은 민주시민들과 그들을 뜨겁게 환영한 광주공동체는 5·18민주화운동 45주년에 항쟁의 중심지인 금남로에서 다시 한 번 대동세상을 재현했다.
광주광역시는 17일 오후 금남로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5만여명이 운집, ‘오월 민주주의 대축제’를 만끽했다고 밝혔다.
5·18기념행사의 백미인 전야제는 민주평화대행진을 맞이하는 ‘오월길맞이굿’으로 막을 올렸다. 오월길맞이굿에는 2500여명이 참가했으며, 특별히 4면 객석으로 구성된 본무대는 민주주의의 연원인 광주로 전국‧전세계의 민주시민들이 집결한다는 의미를 담아 더욱 뜻깊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신수정 광주시의회의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김영록 전남도지사,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5년 전 광주가 있었기에, 광주의 희생과 단호한 투쟁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졌다. 12·3계엄의 국민승리가 바로 오월광주의 승리다”며 “전야제에 국회의장이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광주가 지킨 민주주의를, 국회가 국민과 함께 더 단단히 세워가라는 뜻으로 무겁게 새기겠다. 국민의 바람이고 시대의 사명인 5·18정신 헌법전문수록을 통해 대한민국을 지켜온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새기고, 이를 위한 국회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를 찾아주고 금남로를 가득 메워준 전국, 전세계의 민주주의자들을 환영한다”며 “금남로는 전두환 계엄군과 싸웠던 곳이고, 우리는 이곳에서 얻은 힘으로 12·3 계엄을 막는 힘을 얻었다. 80년 5월 광주는 무척 무서웠고 외롭고 두려웠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자들이 오월을 불러주고, 전세계 평화애호민이 광주를 찾아준 덕분에 5·18은 민주주의의 꽃이 됐고 광주는 민주인권의 도시로 활짝 꽃피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어 민주주의 수호자들인 12·3계엄을 막아낸 국회에, 추운 겨울 응원봉을 들어준 청소년들에게, 부당한 명령 앞에 주저한 군인에게, 단식·삭발·행진을 멈추지 않았던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남태령을 넘어준 농민에게, 광장의 소식을 전국에 전파한 유튜버들에게, 집회 때마다 십시일반 모금에 나서준 시민들에게, 노래와 춤으로 광장의 흥을 돋우어 준 가수들에게, 명쾌한 판결로 헌법을 지켜준 헌법재판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전야제는 오월영령을 기리고, 광주를 찾은 민주시민을 환대한다는 뜻을 담아 3개 부문으로 나뉜 본행사와 부대행사로 진행됐다.
제1부 ‘오월광주 환영대회’는 광주공동체가 참가하고 준비해 민주시민들을 맞이하고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아 5시18분 정각 오월영령들에게 바치는 묵상, 오월음악단의 오월음악 메들리, 금호고 빛콰이어 합창, 광주 청년들의 군중댄스, 춤극 ‘다시 피어 앉은 오월꽃 나비’, 오월어머니집 합창단 공연 등으로 이뤄졌다. 금남로에는 신(新) 민중가요로 떠오른 ‘다시 만난 세계’와 5·18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흥겹게, 때로는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이는 오월의 아픔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계엄과 탄핵의 파고를 넘은 민주시민들에게도 따스한 위로를 전했다.
제2부 ‘민주주의 대축제’는 민주항쟁 승리의 열망을 분출하는 장으로 광주공동체 환영인사, 뮤지컬 공연, 시민·청소년 발언과 함께 오월민주선언이 선포됐다. 작곡가 김형석의 ‘음악으로 오월광주에 전하는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 가수 이은미의 위로와 응원의 노래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제3부 ‘빛의 콘서트’는 80년 오월의 경험으로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에너지 넘치는 인디밴드그룹 ‘스카웨이커스’의 열정적인 무대를 시작으로 민중가요의 전설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천주교시국미사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백금렬과 촛불밴드의 퓨전민요 및 퍼포먼스 공연이 이어져 마지막까지 민주주의 대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전야제 이후 참가자들은 옛 전남도청으로 행진해 5·18민주광장에서 대동한마당을 펼치며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은 5·18의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날 민주주의 승리를 기념했다.
전야제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금남로 및 중앙로 일대에서는 80년 시민자치의 나눔공동체 대동세상을 구현하는 ‘시민난장’이 열렸다. 주먹밥 나눔 행사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오월정신의 연대와 나눔을 체험했다. 특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거리공연, 기획전시, 포토존 등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일빌딩245에서는 오월연극제, 5·18민주광장에서는 4·16합창단 등 전국 민주시민합창단들의 민주주의 대합창 공연, 미션투어 프로그램 등을 통해 5·18에 대한 역사를 시민들이 쉽게 알아갈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됐다.
전야제에 참가한 한 시민은 “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오월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 참가했다”며 “주먹밥을 함께 만들고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한편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주간에는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정부 기념식을 비롯해 다양한 추모·기념행사가 광주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